삼촌인 변호사 박갑용을 롤모델로 삼아 꿈을 키워온 박심은 명문대 법대에 진학해 같은 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 겨울방학을 이용해 법무법인 실무수습을 받고 있다.
박갑용은 살인 피고인 정학수에 대해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려 했고, 실제 정학수는 약 10개월간 우울증 약을 복용하다 사건이 터지기 17일 전에 임의로 약을 끊었다고 말했다.
박갑용의 말에 박심은 의뢰인의 입장에 공감하기 위해 우울증 환자가 실제로 어떤 고통을 겪고 생활하며 증상이 어떤지를 알아보기로 하고, 정학수의 아내를 만나 이야기를 듣던 중 우울증 약이 사람의 정신을 망친다는 전문가와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박심은 우울증은 없다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찾게 되고 운영자 방탁신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한편 수원중부경찰서 강력팀장 이평서 경감은 백골로 발견된 피해자 설리사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아버지와 계모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잘 알지 못했고 같은 대학 학생들도 그녀를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친하게 지냈다는 동호회에서 알게 된 박이음을 만나 이평서는 더욱 당황하고, 이후 다시 사리사의 집을 찾은 그는 다른 말과 함께 <검은 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발견한다.
항우울제공동탈출모임 기획자 반탁신 씨, 청년실업자 김열 씨, 교육행정직 공무원 박이음 씨, 아파트관리사무소 직원 임나민 씨 등은 사리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기에 나오는 검은 개는 우울증을 암시한다.
이 책은 범죄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며 음모론에 치우친 것도 아니다.
죄를 용서하지만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아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중점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박심고 동문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황보돌린이 설명해 주는 (실제로는) 항우울제와 우울증 장애에 대한 작은 지식과 의학 정보를 어렵지 않게 소설 속 이야기와 함께 재미있게 풀어내 머리에 들어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바, 정말 한국 사람들은 항생제와 소염제를 남용하고 정신건강치료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데 완전히 공감했다.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들을 색안경을 써 보거나 큰 문제가 있는 사람, 미친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그래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꽃병에 걸린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끄러워하며 숨긴다고 한다.
몸 건강 챙기면서 정신건강은 왜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가. 몸이나 정신이 아프면 치료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인식부터 개선돼야 하지 않나. 한국이 서양보다 특히 심하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데 놀랐다.
갑자기 떠난 사람이 우울증이었다는 것을 주위 사람들은 거의 알지 못했고, 늘 밝았습니다 등 겉으로는 밝고 속으로는 앓았다는 것 무척 무겁고 무거운 내용이었다.
다 읽고 나서도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진실을 밝히려고 처음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일이 결국 악이 되고, 그리고 그것을 본인의 악의를 위해 이용하게 하는 나쁜 사람 그게 좀 충격이었다.
역시 성시우 작가님 책은 내 취향에 너무 잘 맞아 박심 시리즈가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또 읽지 않았던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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