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수의 건축여행이야기’ 박승태 대표[매거진 포스트21=편집부] 최근 건축업계에 패시브 하우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 패시브 하우스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지 않아도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는 집을 뜻한다.
『박 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를 운영하는 박순태 대표는 독일에서 시작된 패시브 하우스를 한국의 기후와 생활방식에 맞게 재정립한 인물로 패시브 하우스 건축에서는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단열, 난방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요소가 환기
패시브하우스의 핵심은 단열과 난방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찬 공기는 막고 실내의 따뜻한 공기는 가급적 오래 유지해야 실내 온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업체는 보다 뛰어난 난방 기술을 개발해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박 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를 운영하는 박승태 대표는 단열과 난방 정도 중요한 게 환기라고 말한다.
‘단열이 잘 되고 난방 효율이 좋은 집 안에는 유리창이 뚝뚝 떨어지고 구석진 곳에 곰팡이가 피어나는 결로 현상이 발생하는 곳이 있어요. 모두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요. 집안이 아무리 따뜻하고 쾌적해도 구석에서 곰팡이가 피었다면 그 집에서 살고 싶은 건가요? 은박지를 붙이고 곰팡이 방지 페인트를 칠해 결로 현상을 해결하고자 하지만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면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지 않게 됩니다.
”
박 대표는 결로 현상의 원인이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한옥은 환기가 매우 뛰어나 환기보다는 단열이 우선했지만 서양식 주거문화가 일상화되면서 환기가 더 중요해졌다고 한다.
여기에 음식을 많이 끓이는 한국인의 음식문화와 물을 소모하는 물화장실 문화는 엄청난 양의 습기를 발생시킨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열보다는 환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견해다.
35년의 건축 노하우를 바탕으로 확립한 건축 철학
환기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마찬가지로 박 대표는 사람들이 오해하는 주택의 여러 논쟁을 주제로 의견을 개진한다.
그가 이렇게 분명하게 자신의 주택철학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려 35년 가까이 건축현장에서 숱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1987년부터 2010년까지 대기업에 근무한 박 대표는 전 세계 공장 건축을 시공 감독하며 경력을 쌓았다.
25년 가까이 세계 건설현장을 진두지휘한 박 대표는 2010년 명예퇴직하고 평창한옥학교에서 한옥과 건축 인테리어 기술을 익혀 건축 전문가가 됐다.
많은 공장과 주택을 둘러보며 한옥이야말로 우리에게 어울리는 최적의 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옥에 남아있는 조상들의 삶의 지혜는 무궁무진하답니다.
그 에센스를 사용하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집을 만들 수 있어요.」
집이란 무엇이며 좋은 집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는 박 대표는 이미 <집짓기 이야기 건축시공백서>, <건축주가 바라는 행복한 집짓기>, <힐링사가 되는 자연속의 집>, <박순태 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부여 삼산리 휴휴당> 등의 저서를 집필해 답을 낸 바 있다.
‘집 주인은 어디까지나 건축주입니다’
현재 고객의 의뢰로 집을 짓고 있는 박 대표는 까다롭고 철저한 건축가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박 대표는 의뢰를 받으면 설계 단계부터 시공이 완료될 때까지 건축주와 모든 상황을 공유한다.
건축의 진행 상황으로부터 구조, 마감재의 종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재와 디자인은 건축주와 의사소통 끝에 결정되며 건축주의 마지막 결정이 있어야 시공이 이뤄진다.
특유의 꼼꼼한 시공 덕분에 1년에 4채만 시공할 수 있지만 고객의 만족도는 언제나 최상급이다.
‘나는 집을 만드는 것이지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내 입맛에 맞는 집을 지어도 실제 거주하는 건축주가 불편하다고 느끼면 그 집은 잘못 지은 거예요. 우리 집 주인은 어디까지나 건축주예요 저는 건축주가 원하는 집을 실현하는 기술자거든요 사는 사람이 행복하고 쾌적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박 대표가 패시브하우스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리 멋지고 살기 좋은 집을 지어도 유지비가 비싸면 건축주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쾌적한 환경과 유지비도 싼 주택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기 때문에 패시브 하우스라는 답이 돌아온 것이다.
실제로 박 대표가 부여 외산면 삼산리에 지은 저에너지 주택 휴휴당의 월평균 난방비는 7만원. 115m의 2층짜리 집 규모를 감안하면 획기적으로 저렴한 비용이다.
휴휴당의 사례처럼 앞으로도 저렴하고 쾌적한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박 대표의 행보는 그가 운영하는 ‘박 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매거진 포스트 21